입사 1년차
작년 말 개발자로 취업한 후로 곧 만 1년이 다 되어간다. 남들이 보기엔 1년을 채운다는 게 큰 의미가 아닐 수 있으나, 나는 꼭 1년을 채우고 싶었다. 열심히 공부해 놓고 1년도 안 돼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성환, “23만 코딩 수강생은 다 어디로 갔나”, 한겨레, 2023. 4. 18,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53606.html
4월쯤 한 기사를 봤다. 20~21년도 개발자 광풍 이후 그 많은 코딩 수강생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취재한 기사였다. 기사에는 지난 2년간 늘어난 개발자 중 비전공자의 비율은 3%라고 나와 있었다. 나와 같은 비전공자가 실제로 현업에서 개발자로 꾸준히 활동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지금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년에는 취업이 목표였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적응이었다. 내가 속한 팀, 회사에서 잘 적응하는 게 목표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신입 수습 기간은 6개월이었는데, 수습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이때 나를 증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기술 스택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기술 스택을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선택과 집중을 했었다. 팀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나의 관심은 오롯이 "실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실사용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하고 고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테스트코드나 인프라와 같은 부분에서 깊은 지식을 쌓지 못했다.
취업했다고 해서 내가 소홀히 했던 기술 스택이 자연스레 잘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직접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지 않으면 늘 부족한 지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을 깨달은 후로는 간단한 지식이라도 조금이나마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글또 8기, 그리고 9기
누군가가 나에게 이번 해에 가장 잘한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글또 활동이라고 할 것 같다. 2월부터 시작한 글또 8기를 포함해 지금의 9기까지 참여하고 있다. 내가 가진 두려움 중 하나가 취업 후에 성장을 멈추는 것이었는데, 글또 덕분에 이번 해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글또는 단순히 각자 글만 쓰고 끝나는 활동이 아니다. 그 안에서 서로의 글을 피드백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이 있다. 8기 때는 2번의 커피챗에 참여했었고, 이번에 시작한 9기에서는 벌써 2번의 모각글에 참여했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성장을 갈망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을 통해 나도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얻게 된 것 같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점
내가 속한 팀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맡은 역할이 급격하게 커졌다. 원래는 카탈로그 시스템 구축이라는 일만을 맡아 진행했었는데, 상품통합이라는 과제도 맡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단시간에 요구사항을 구현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이것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다른 개발자 분이 하루면 걸리는 일을 내가 맡아서 진행하면 5일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 5일도 업무가 끝난 후 남은 시간을 모두 학습에 투자해야만 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일을 맡는 것에 소극적으로 되어갔다. 내가 아닌 다른 개발자가 일을 맡아서 진행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이라는 책 속 한 구절을 읽은 뒤 내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당신이 신뢰를 얻는 방법, 당신이 좋은 평판을 만드는 방법은 어려운 일을 잘 해내고, 또 해내고, 또 다시 해내는 것입니다.
미군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렇게 높은 신뢰성과 평판을 기록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어려운 일을 반복적으로 잘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을 거울삼아 나를 되돌아보면 나는 어려운 일을 피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은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피하게 된다. 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팀 내에서 내가 어려운 일을 가져간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내가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려 하면 도움이 될 만한 기술 블로그 링크를 준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려 했다.
24년을 맞이하는 나의 다짐
내년의 나의 목표는 어려운 일을 반복적으로 잘해내 팀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을 그르칠까 두려웠다. 지금도 그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의 창의성을 가로 막는 두려움의 벽을 스스로 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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