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나의 삶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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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하기 전까지는 딱히 꿈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그저 수험생활에 충실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연애도 하고 술도 먹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반수를 하긴 했지만, 그 선택 역시 뚜렷한 목표가 있어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금보다 높은 레벨의 학교에 가려고 선택한 수험생활이었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

 

군대는 의무 소방으로 다녀왔는데 크게 힘든 것은 없었다. 남들처럼 전역날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다. 바둑에 문외한인 나였지만 그 경기를 보며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날 밤새도록 알파고와 딥마인드에 대해 검색해보며, 딥마인드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는지 찾았다. 특히 딥마인드가 테트리스를 학습시키는 영상에서 소위 말하는 꼼수를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알아내고, 다음 스테이지부터 이 꼼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전역하고 나면 이 분야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통계학을 복수전공하다.

전역한 뒤 2학년으로 복학한 나는 통계학을 복수전공했다. 패기 있게 통계학에 도전했지만 학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문과 베이스였던 나이기에 일반수학 개념이 부족해 수업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교수님에게 연속으로 D학점을 받기도 했다. 너무 답답했던 나머지 어떻게든 수업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해 인하동동이라는 교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인하동동은 지난 학기에 A학점을 받은 학생이 다음 학기에 해당 수업의 튜터로 참여해 학점이 낮은 학생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수리통계학 과목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내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나를 도와주는 튜터는 나에게 새로운 수업방식을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수업을 내가 진행하고 그 학생이 듣는 것이다. 보통 튜터가 수업을 준비해오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이었다.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나는 매주 수업을 준비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때 모든 에너지를 통계학 공부에 쏟았다. 나뿐만 아니라 튜터인 학생도 자기 시간을 굉장히 많이 투자해 나를 도와주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수업준비를 새벽까지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난 뒤로 자기도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고 그 친구가 직접 말해주었다. 결국 나는 통계학 전공 수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학기에 처음으로 학점 4.0을 넘겨보는 경험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말고사 시험지를 확인하러 교수님의 연구실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의 노력을 인정해준 일도 있었다. 교수님께선 타과 학생이 이 정도로 수업을 따라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졸업 전까지 남은 통계학 수업도 내가 분명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나중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더라도 계속해서 밀고 나가면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훗날 개발이라는 분야에 도전할 때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졸업한 뒤에는 통계학을 살려 데이터 분석 직무로 나아가려고 했다.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배우고 캐글 컴퍼티션에 여러 번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 분석을 공부해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분야는 데이터 분석보다는 개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고, 시장의 문제를 IT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개발 공부를 시작했고, 백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삶

개발 공부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퇴근 후 남는 시간에 공부했는데, 절대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사 옆 고시원으로 자취방을 잡고, 회사 업무 이외의 모든 시간을 개발에 투자했다. 평일엔 아침 7시에 회사에 도착해 CS 강의를 2개 듣고, 퇴근 후 저녁을 빨리 먹은 뒤 알고리즘 공부를 새벽까지 했다. 주말엔 팀을 꾸려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자바와 스프링 지식도 틈틈히 학습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을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기 전까지 약 6개월가량을 반복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내 인생의 두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우테코 덕분에 내 개발 실력과 커리어 모두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었다. 우테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이야기할 사람들이 바로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혼자 개발 공부를 이어 나갔던 나는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다른 크루들과 함께 했기에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이후로 3년이 지났다.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최고 수준의 개발자가 되어야만 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개발자의 삶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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